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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네에게 손을 잡아 끌려가듯이 자연공원의 연못 가장자리를 걷고 있다.

 

뭐라고 할지, 굉장히 어색하다.

 

히메코 뿐만 아니라,치카네도.

 

평상시의 「교제」라면 행동이나 눈빛이나 숨결로부터 감지할 수 있는, 「늠름」 하고 「세련된」 무엇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별 대화도 하지 않고 단지 나란히 걷는 두 명의 여자 아이는, 아마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런 일까지 신경 쓰여 버린다.

 

하지만---.

 

" 조금, 덥지 않아? "

 

갑자기 치카네가 말을 건다.

 

" ......응. 그러게. "

 

" 음료수 사올게. "

 

" ......응. "

 

치카네가 히메코의 옆을 떠난다.

 

연못 난간에 기대면서, 히메코는 멍하니 생각한다.

 

정말 우물쭈물거리기만 하고, 답답하고, 초조하다.

 

그렇지만---.

 

평소보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평소보다 햇님은 눈부시다.

 

평소보다 바람이 기분이 좋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아무리 서툴러도.

 

분명, 거짓말이 섞여 있지 않으니까.

 

히메코는 오늘 이대로 몸을 맡겨 볼까하고 생각한다.

 

그래, 오늘 하루 정도는.

 

진심으로 웃고 끝날 수 있는 하루가 되어도......

 

아......또 흔들려 버린다.

 

나는 정말 제멋대로이다.

 

요구하면 안 된다. 갖고 싶어해도 안 된다.

 

그런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바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자신이 있다.

 

그런 하루를 가진다면.

 

그 때, 히메코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 보면, 묶여 있는 보트 뱃머리로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다.

 

고양이? 치카네 쨩도 좋아할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 이리와. "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었고.

 

히메코의 몸은 크게 기울었다.

 

그리고 치카네와 히메코는 히메코의 방에 있다.

 

히메코가 연못에 빠져버려서, 영화도, 외식도, 쇼핑도, 무엇하나 하지 못하고.

 

히메코의 방에 돌아와 버렸다.

 

차를 내오면서, 히메코는 작게 한숨을 쉰다.

 

모처럼 특별한 하루인데, 이렇게 되다니.

 

정말 바라고 있었다.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되다니.

 

별로 화려한 일이 아니라도 좋았을텐데.

 

예를 들면, 치카네 쨩의 방에 데려가달라고.

 

말해 보고 싶다.

 

지금이라도 부탁해 볼까.

 

어떤 얼굴을 할까?

 

안돼, 히메코는 머리를 흔든다.

 

그런 것은 규칙 위반.

 

오늘은 치카네 쨩이 리드해 주는 날.

 

그러니까, 오늘은 마음만으로 하자.

 

게다가---.

 

특별한 오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풀이 죽어 있을 시간 조차 너무 아깝다.

 

치카네 쨩과 보내는 시간은, 그 만큼 특별하니까.

 

언젠가 일기에 악의를 품고 썻던것이, 정말로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히메코에게 있어서, 조금도 싫은 것이 아니었다.

 

히메코는 「마음의 신」에게 기도를 한다.

 

저, 노력하겠습니다.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제가 해야 할 일을 완수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단 하루라도 좋습니다.

 

우리들만의 시간을.

 

「히노미야의 무녀」가 아닌.

 

「히노미야 히메코」의 하루를.

 

저에게 주세요.

 

진실된 미소를 띄우며 히메코는 방을 돌아 본다.

 

그럼, 무엇을 하지?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하지만, 그 눈동자에 들어 온 것은, 계속 가만히 서 있는 치카네의 모습이었다.

 

그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저건? 

 

히메코의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번개에 맞은 것같은 충격.

 

혀는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다리는 뿌리가 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절망과 비애가 비바람이 되어 히메코에게 몰아친다.

 

아, 역시 그렇구나.

 

신은 제대로 보고있다.

 

나같은 거짓말쟁이에게, 「특별한 하루」를 부탁하는 자격은 없다.

 

가장 바라지 않는 형태로 끝.

 

그것이 나에게 어울린다.

 

안 돼.

 

당황하고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한탄할 때가 아니다.

 

포기란 절대 있을 수 없다.

 

빨리.

 

빨리 어떻게 하지 않으면.

 

치카네 쨩이 내용을 알아 버린다. 그렇게 되면 모든게 끝난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그래서, 옷장 안쪽에 숨기고 있던 작은 칼을 손에 든다.

 

한 번도 치카네에 보인적 없는, 히메코의 무기다.

 

충격을 받아서 계속 서있는 치카네에게, 히메코는 혼신의 힘을 짜 채찍을 던진다.

 

" 보고 말았어. "

 

치카네가 천천히 돌아 본다.

 

아---.

 

치카네 쨩......

 

완벽한 여신 같은 미모가.

 

왜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어.

 

오늘만은 웃고 있었으면 좋았는데.

 

적어도, 오늘만은---.

 

마음이 찢겨 보이지 않는 피가 소리를 내며 흘러넘치는 것을 안다. 

 

이대로 전부 흘러나오고, 텅 비어, 정말 죽어 버리면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해야만 한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같은 결의를 쥐어짜고, 나는 입술을 연다.

 

" 조금 빠른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네. "

 

" ...... "

 

" 시작하자, 미타마시즈메의 의식. "

 

그리고 히메코는 차가운 미소를 띄운다.

 

"  나를 죽여도 좋아. 치카네 쨩. "

 

 

 

 

 

 

 

 

 

 

 

 

 

  • 리누 2012/12/02 22:24답글떫! 안돼!!!!!!!!!!!!
  • 리리아나 2012/12/02 23:02답글히메코의 치카네 지키기.....ㅠㅠㅠ
  • 타크 2013/09/07 13:55답글너무 급하게 70화까지 넘어가서 댓글을 못달았지만 이부분 너무 아팠습니다.ㅠㅠ
  • 천유화 2013/12/07 13:45답글하아...이때부터참 아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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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물들어 가는 가을, 히메코의 방에서---.

 

치카네가 히메코의 마지막 메모를 다 읽었다.

 

시간에 흐트러져 눈물로 장식한 그리운 문자들.

 

그 모두가 치카네가 몰랐던 히메코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히노미야의 무녀」

 

「자객」

 

「여고생, 히노미야 히메코」

 

「16세의 여자 아이」

 

「그 본심」

 

다양한 히메코들이, 꾸불꾸불, 얽혀, 서로 섞이고,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서로 마주 봐 온 「히노미야의 무녀」.

 

꼭 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끝낼려고도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속으로부터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상대.

 

그런데도---.

 

치카네는 히메코의 모든 것을 알고 있던게 아니었다.

 

모순을 안고 괴로워하며, 고민하고, 싸우고, 그리고 가야할 길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카네 처럼---.

 

강한 마음을 품고, 발버둥치며, 방황하고, 그리고 일어서, 뜨거운 결의를 가지고 같은 길을 선택......

 

―――뭐?

 

정말 같을까?

 

치카네는 자신에게 물어 본다.

 

내가 이렇게 강한 히메코를 생각해 보았는지?

 

그 소녀의 일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는지?

 

히메코가 나를 생각해 주고 있을 정도로.

 

히노미야 히메코를.

 

그런가.

 

겨우 알았다.

 

내가 살아남아, 지금, 여기 있는 의미를.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유령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돌아왔다.

 

히메코의 마지막 메모의 글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 안녕,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

 

심한 일만 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많이 바라봐 주고.

많이 이야기해 주고.

많이 껴안아 주고.

 

계속. 계속. 사랑해.」

 

 

 

 

 

 

 

 

 

 

 

 

 

 

 

 

 

 

 

 

 

  • 리리아나 2012/12/02 04:22답글이제 히메코를 구하러 갈듯합니다. 치카네 시점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말이죠.
  • 나이스시즈루 2012/12/02 09:23답글 | 수정 | 삭제ㅠㅠ........감동이.....어서 치카네가 히메코를 구하러 고고!!!
  • 리리아나 2012/12/02 23:03답글누구도 막지 못해!
  • 쁘띠꼬숑 2012/12/02 10:26답글우워어... 
    히메코!!!기다려!!!

    치카네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GO!!!!!!!!!!!!!!!!!!!!!!!!!!!!!!!
  • 리리아나 2012/12/02 23:03답글소마 제말 죽어라!!!!!!!!!!!!
  • 사이드킥 2012/12/02 10:52답글이제 치카네가 새색시 맞으러갈 준비를 하는군요
  • 리리아나 2012/12/02 23:04답글ㅠㅠㅠㅠ그 동안 둘다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ㅠㅠㅠㅠㅠㅠ
  • 진리는브아걸 2012/12/02 15:30답글드디어 ㅜ 치카네 시점으로 돌아왔네요 히메코도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네요.. 안쓰러워 ㅜㅜ 진심을 안 이상 치카네는 두려울게없겠네요 기다려라 소마.. 번역 감사합니다
  • 리리아나 2012/12/02 23:04답글결말이 무지 궁금해집니다. 소마가 죽길 바라지만 ㅇㅅㅇ.
  • 코세츠 2012/12/02 17:48답글이제 가자 치카네ㅠㅠ 히메코를 구하러ㅠ마지막 소절이 정말 안타깝네요...
  • 리리아나 2012/12/02 23:05답글포풍감동ㅠㅠㅠㅠㅠㅠ
  • 리누 2012/12/02 22:25답글내용이 잘 기억 안나지만... 가라 치카네!
  • 리리아나 2012/12/02 23:06답글이제 다시 왕자 포지션으로!!
  • 나즈키 2012/12/04 00:50답글정말 더도말고 소마 깨끗하게 죽고 둘이서 마을을 바꿔서 잘 살았으면 하네요 가라랏 치카네 공주님을 구하러~
  • 리리아나 2012/12/04 01:27답글제발 깨끗하게 죽어줬으면... 진짜 히메코 건들기만 하면....분노
  •  2013/04/22 03:52답글ㅠㅠㅠㅠㅠㅠㅠ 자 가라 치카네 ㅠㅠ 완전 재밌게 보고있어요
  • 천유화 2013/12/07 14:14답글감...감동입니다.요

  • 체리빛 입술 2014/05/28 20:49답글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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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밤은 깊어져가고 주민들 대부분이 잠든, 조용한 가을 밤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신사에서, 마지막 의식를 하고 있었다.

 

오로치(神)의 신사 일각에 세워진 작은 욕실에서 히노미야 히메코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오로치(神)를 모시는 신사의 샘으로부터, 아홉 명의 순결한 소녀들이 퍼 올린 성스러운 물이다.

 

목욕통에 몸을 가라앉히면서 히메코는 멍하니 생각한다.

 

작은 가슴과 아담한 허리와 부드러운 팔뚝.

 

치카네 쨩처럼 전혀 될 리가 없는 나의 몸.

 

곧 있으면 누군가의 것이 되어 버리는 몸.

 

이왕이면,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전부를 주고 싶었는데.

 

치카네 쨩에게 그렇게 부탁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무녀」에게 안기는 「무녀」.

 

분명 매우 놀랄 것이다.

 

받아줄까?

 

비웃을까?

 

부드럽게 타이를까?

 

설마 거절당할지도 모르다.

 

하지만, 하지만, 혹시나.

 

정말로......

 

히메코는 살그머니 자신의 신체를 껴안아 본다.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치카네 쨩에게 안겨지는 자신의 모습.

 

그 것만으로도 히메코는 황홀한 분위기에 둘러싸인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치카네 쨩은 나같은 아이가 상대라도, 조금이라도 기뻐해줄까?

 

하지만, 그런 부탁은 이제 할 수 없다.

 

그것이 나에게 좋다. 그 사람을 배신한 나에게, 이 손으로 배신한 나에게는, 마음 속에서 바라는 자격마저 없기 때문에.

 

평생 발버둥 쳐도 닿지 않는 것에 계속 애태우면 된다.

 

죽어도 치카네 쨩과 같은 곳에 갈 수 없다.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히메코는 문득, 자신의 팔뚝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피부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도 치유되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이 흔적은 남을 것일까?

 

남을 수 있는 것이라면, 쭉 쭉 사라지지 않고 남았으면 좋겠다.

 

이것만이, 치카네 쨩이 히메코에게 남겨 준 물건이니까.

 

히메코는 얇게 미소짓는다.

 

안 돼. 그런 생각 조차도.

 

나에게 좋은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그렇게 결정하고 있지만.

 

몇번이나 몇번이나, 결정했지만.

 

아직도 이런 것을 생각해 버릴 정도로 흔들거려버린다.

 

정말이지......난.

 

히메코는 얇게 웃었다.

 

 

 

 

 

 

 

 

 

 

 

 

 

 

 

 

    • 쁘띠꼬숑 2012/12/09 13:04답글히메코..........................절절하구나 ;ㅅ;
    • 리리아나 2012/12/09 14:22답글치카네보다 갈등이 더 심한....
    • 나즈키 2012/12/09 17:09답글히메코 힘내~!희망이다가오고있어
    • 리리아나 2012/12/09 23:44답글히메코 너무 안쓰럽.....ㅠㅠ
    • 진리는브아걸 2012/12/09 17:56답글오메... ㅜㅜㅜㅜㅜ 치카네 시점으로볼땐 치카네가 너무 가슴아팠는데.. 히메코도 불쌍하네요 ㅜㅜ
    • 리리아나 2012/12/09 23:44답글외적이던 내적이던 굉장한 갈등....ㅠㅠㅠ
    • 리누 2012/12/10 21:17답글그녀의 품에 안기는거야!!!
    • 리리아나 2012/12/10 22:22답글치카네 생각만 하는 히메코 너무 안쓰럽 ㅠㅠ

    • 천유화 2013/12/07 14:17답글하아...정말...소마보단...치카네에게 안기기를 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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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메코 시점. 치카네 시점으로  [39~44화] 

 

 

 

그리고, 「미타마시즈메」의식의 시간이 왔다.

 

「무녀」가 오로치(神)에게 선택받은 날로부터 16년후의 생일.

 

두 명의 무녀가, 오로치(神)의 이름을 걸고, 칼을 섞는 밤.

 

소녀와 소녀는 접전하고 있었다.

 

폭풍의 검이 되어 덮쳐 오는 치카네에게 히메코는, 견디는 것 조차도 허용 되지 않은 채, 계속 당한다.

 

그 상냥했던 시선이.

 

히메코의 손을 잡아 당겨, 의지되며, 부축해 준 팔이.

 

지금은 히메코를 가차 없이, 후려갈겨 찢고, 잘게 벤다.

 

히메코는 단지, 농락만 당하고 있을 뿐이다.

 

히메코는 참고 견디면서, 기회를 기다린다.

 

이것으로 좋다.

 

더 미워했으면 좋겠다.

 

내가 치카네 쨩에게 했던 것에 비교하면, 이런건 아무렇지도 않는걸.

 

몇배나, 몇배나, 심한 일을 했었다.

 

그러니까 난 괜찮아.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계획은 잘되고 있으니까.

 

치카네 쨩이 제대로 싸우면 승부는 한순간으로 끝난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히메코를 지지하는 강할 결의가.

 

비록, 무의식하긴 해도「코우즈키 치카네」안에 새긴 「히노미야 히메코」의 추억이.

 

히메코의 무기가 될 것이다.

 

숨을 정돈하려고 하는 히메코를 향해, 치카네의 칼이 소리를 낸다.

 

무시무시한  칼의 압박에 발이 엉켜.

 

휘청거린 히메코에게 치카네가 뛰어들어 온다.

 

왼쪽 손의 검이 번쩍이며 벤다.

 

용서 없는 추격이 히메코를 조준한다.

 

" !? "

 

히메코의 신체가 가볍게 날아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아프다.

 

입속에 흙과 피맛이 퍼진다.

 

분명 어딘가가 부러졌다.

 

아프다.

 

괴롭다.

 

쓰러지고 싶다.

 

편해지고 싶다.

 

치카네 쨩의 손에......이대로 끝나고 싶다.....

 

이젠 안돼......

 

사라질 것 같은 의식을, 히메코는 혼신의 힘으로 계속 묶는다.

 

이젠 안된다고?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아직 쓰러져선 안돼.

 

절대로 안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히메코는 일어선다.

 

히메코는 단지 계속 참고 기다린다.

 

이길 기회의 순간이 올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제일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 마음을 버팀목에, 히메코는 일심불란하게 견디며 계속 참는다.

 

참아.

 

참고.

 

견뎌야 해.

 

그리고, 그 순간이 마침내 왔다.

 

힘들게 일어선 히메코에게, 치카네가 마지막 결정의 칼을 휘두르는.

 

그 순간---.

 

히메코의 손끝이 소리도 없이.

 

상대방의 생명을 반쯤 끊어버리는.

 

호흡도, 심장도 미세하게 만들어 버리는 급소로.

 

닿았다!

 

히메코의 기도와 닮은 마음의 절규가 소리치고,
 

끝났다.

 

치카네는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오직 히메코만이 알고 있다.

 

그 마지막 일격을 피할 수 있던 것은 자신 힘이 아닌 것을.

 

치카네의 마지막 일격이, 종이 한장의 차로 늦었던 것이다.

 

도와줬어?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치카네의 눈동자에는, 분명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있었던 것을.

 

그 눈동자에서 사라져 가는 빛의 의미를.

 

왜?

 

그런 눈으로......날.

 

날, 미워하지 않았어?

 

그 시선이 어떤 공격보다, 격렬하게 히메코의 마음에 꽂혀, 갈기갈기 찢는다.

 

그렇게 해서, 히메코의 마음에 있는 사람은 사라졌다. 영원히.

 

 

 

 

 

 

 

 

 

 

 

 

 

 

 

 

 

 

    • 쁘띠꼬숑 2012/12/09 13:47답글치카네도.. 히메코도... 
      무녀의 의무에 휘둘려 지는게 맘 아파요 ;ㅅ;
    • 리리아나 2012/12/09 14:23답글공감합니다. 히메코 시점으로 봐도, 치카네 시점으로 봐도 둘다 너무ㅠㅠ
    • 나즈키 2012/12/09 17:11답글무녀라는 족쇄가 이럴때 정말 슬프네요
    • 리리아나 2012/12/09 23:42답글너무 잔인한 운명의 장난....
    •  

    • 리누 2012/12/10 21:18답글슬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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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밤.

 

검은 숲에 둘러싸인 오로치(神)의 신사에는 절묘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신관을 선두로, 조용히 걸음을 옮겨나가는, 한 벌의 히나 인형같은 우아한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소복차림의 「오미토메야쿠」, 오오미와 소마.

 

같은 소복차림의 히노미야의 무녀, 히노미야 히메코.

 

히메코의 신체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던 미타마시즈메의 마지막 의식이, 오늘 밤 거행된다.

 

하텐코를 완수한 영광스러운 오로치(神)의 「무녀」는 「오미토메야쿠」의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오로치(神)으로부터의 선택받은, 「무녀」와 「사람」이 연결된다.

 

히노미야 가문은 「섬의 장로」의 일원이 되어, 섬의 배후로부터 지배하는 것이 허용된다.

 

아홉겹의 복도와 아홉겹의 계단을 넘어, 세 명은 오로치(神)의 신사에 도착한다.

 

오로치(神)의 상징물 앞에서 여신관이, 공손하고 밝게 말을 주창하기 시작한다.

 

「근본의 대국에 앉아 가시며, 약속된 이 맑은 섬에 나타나신 오로치(神)님.

아홉겹의 하늘, 아홉겹의 고개, 아홉겹의 바다, 만천하 근본의 부모로서 모두를 낳고, 모두를 기르며......」

 

높고 날카로운 쇳소리같은 장엄한 울림이, 히메코의 감정없는 껍데기인 몸을 빠져 나간다.

 

이미 오로치(神)에게 경건한 마음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가슴을 채우는 것은, 일을 완수한 만족감과 잃은 것의 적막감과 슬픔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히메코는 생각하는 것도 생각하는게 아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은 어째서 그 사람이 아니지?

 

이렇게 정말 좋아하는데---.

 

어째서 ---.

 

아니. 아니야.

 

이것으로 좋다.

 

이 씁쓸한 허무함을 안은 채로, 나는, 그 사람대신에, 죽은 것처럼 산다.

 

이렇게 흔들거리며, 끙끙 앓으면서, 괴로워하면 된다.

 

두 번 다시 진심으로 웃지 않아도 된다.

 

눈물은 마음으로 계속 흘리면 된다.

 

히메코는 걸음을 걸어나간다.

 

갑자기, 향기로운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바람을 타고 오는 바다 냄새와 같이 오는 미세한 꽃의 향기 .

 

무슨 꽃이지?

 

이 계절에 이런 좋은 향의 꽃이 피는 걸까?

 

그 냄새가, 히메코의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를 생각나게한다.

 

이런 일, 전에도 있던 것 같다.

 

히메코의 마음은 답을 요구하며, 기억의 숲으로 들어간다.

 

아, 생각났다.

 

「 나의 제일 소중한 사람」을 처음 만난---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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