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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소금과도 같은 흰 모래 사장.

 

코를 간질여주는 조수의 향기.

 

편안한 파도 소리.

 

지금 여기에 있는 건, 혼잡한게 없는 푸른 세계와 자신 뿐.

 

소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소녀에게 있어서 바다란, 들이나 산이나 숲과 같이 하나의 전장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눈 섞인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서 수련.

 

혹은, 「구다라」와의 모의전.

 

좀처럼 휴식할 시간을 잡지 못하고, 머리가 파열 될 것만 같은 힘들었던 일.

 

참지 못하고 숨긴 괴로운 일.

 

그런 추억 밖에 없다.

 

그래도, 사명과 단련으로 얽힌 생활속에서,

 

그저 가끔 찾아오는 자유시간이 소녀에게 왔었다.

 

전장이 아닌 바다가 싫진않았다.

 

왜 일까? 라고 소녀는 생각한다.

 

여기에 뭐가 있어서?

 

아니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좋아하는 걸까?

 

소녀는 바다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문득, 생각이 든다.

 

바다는 달의 환욕.

 

초승달......초승달......반달......만월......달의 모양이 매일 바뀌어도,

 

바다는 결코 달을 거절 하지 않는다.

 

밤의 나라를 여행해 온 고독한 소녀가 자신을 부축하듯이 받아들이는 바다.

 

그 모양을 연상시킨다.

 

기억의 조각조차 존재없는 환상의 그림자.

 

소녀에게 생명을 준 사람......어머니.

 

「무녀」의 표식이 새겨져서 갓 태어난 소녀와 정이 붙기 전에 갈라져서 그 뒤로 만났던 적은 없다.

 

현재의 소식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모른다.

 

「무녀」에게 어머니같은 건 없다.「오로치(神)」에게 선택된 제물이다.

 

친부무 같은건 임시로 배를 빌려 주었을 뿐의 단순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소녀는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었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 어디서 그렇게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나? 

그런 것들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사이 자유시간은 지나간다.

 

소녀는 곧 대답을 찾아내고 전장으로 돌아 간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검을 부모로 삼아,  나이도 점점 먹고.

 

신체도 성장하고 가슴도 커져 소녀는 「무녀」가 되었다.

 

소녀는 오늘도 바다를 보고 있다.

 

변함없는 것은 소녀와 하늘과 바다와 모래와 파도 소리.

 

그리고.

 

또 다른 소녀.

 

히노미야 히메코. 

 

 

 

 

 

유화 2013/12/07 12:16답글뭔가 독백형식이라해야할지...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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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지방의 어느 해수욕장.

 

모래 사장을 치카네와 히메코가 걷고 있었다.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선 조금 이른 시기라서 그런지

 

바닷가에는 서퍼들의 모습만 하나 둘씩 보이는 정도.

 

수영은 많이 서툴지만 수영복을 입고 놀아 보고 싶다고 히메코가 말해서 놀러 온 것이다.

 

 

 

치카네가 입고 있는 것은, 마린 블루 색의 미니 비키니.

 

딱히 치카네의 취미도 아니다.

 

오히려 노출이 심한 수영복은 전장 속에서 살아 온 치카네에게 이상한 불안감만 준다.

 

이유는 단지 하나.

 

수영복 매장에서  수십번씩 시착을 반복한 끝에 히메코가 보랏빛 눈동자를 빛내며 기뻐했기 때문에... 

단지 그 뿐이다.

 

바로 그 히메코 자신은 흰 원피스 수영복에 얇은 셔츠를 걸쳐 입은 수수한 모습이다.

 

"실은, 치카네쨩은 제대로 갖춘 수영복을 입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나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그래서."

 

히메코는 그렇게 말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예상에서 벗어난 깨끗함 웃음.

 

어린 아이의 웃음.

 

강아지같은 웃음.

 

치카네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또 커진다.

 

아니, 이제 「무엇인가」 라고 말하는 애매한 것은 아니다.

 

치카네의 근처에서 철없는 수다를 지저귀는 소녀.

 

히노미야 히메코.

 

머리를 쓸어 올리는 그 행동이.

 

홍차색 머리카락의 향이.

 

물결에 닿는 하얀 손끝이.

 

얇은 셔츠 넘어로 보이는 약간 부푼 가슴이.

 

바닷가의 햇빛을 받은 하얀 다리가.

 

히메코의 아무렇지도 않은 행위의 하나하나가 그걸 깨닫기도 전에 몇배의 열과 빛을 가지고, 치카네의 마음에 새겨져 간다.

 

히메코가 모래 사장에 남긴 작은 발자국이나, 귀여운 발끝을 씻은 물결까지, 눈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어 버릴 정도로

 

세계는 이렇게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지나가는 시간은 이렇게도 달콤하고, 향기롭다.

 

그래. 치카네는, 히메코를.

 

【아니야......】

 

치카네의 마음에 박히는 질타의 목소리.

 

마음속에 사는 그림자, 「가시(棘)」의 소리이다.

 

「가시(棘)」는 15년간, 피와 불 속에서 자란 치카네의 생활 자체가 집중해서 결정화되어 형태를 이룬 것.

 

작고, 날카롭고, 오싹 할 만큼 차가운 가시.

 

날카롭게 붙은 벌의 독침처럼 영원한 빙벽에서부터 날카롭게 솟아나온 얼음 바늘처럼

 

녹을일 없이, 마음 한 구석에 우뚝 솟아, 맥박쳐, 계속 떨린다.

 

또 한 명의 치카네.

 

「가시」는 치카네에 계속 속삭인다.

 

【생각해 . 코우즈키 치카네가 누군지를. 네 목숨은 오로치(神)를 위해서만 태어난 인형. 섬을 다스리는것은, 국가의 법에서도, 사회도덕에서도, 유일신의 가르침도 아니야. 그건 대재앙 신이 정한 제사. 코우즈키 가의 영예니까.  섬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서. 단지「오로치(神)」의 은혜에. 치카네 넌 그것을 위한 전사, 선택받은 자】

 

치카네는 생각한다.

 

모든 것은 이기기 위한 전략 아니 다르다. 나는 또 이기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가」.

 

우연히 손에 들어 온 「기록」과도 같은 것.

 

두 사람의 16번째의 생일, 「운명의 날」.

 

「하텐코」까지의 시간 낭비.

 

이런 기분이 되어 버린 것은......

 

하늘의 벽이 너무 눈부셔서.

 

파도 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서.

 

문득 마음이 느슨해지고, 들떠 버렸기 때문일까?

 

괜찮아......

 

나는 방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절대로 하지 않는다.

 

히메코가 적의를 보인다면 다음 순간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치카네는, 치카네 자신을 그렇게 완성시켜 왔던 것이다.

 

그래서 틀렸다.

 

틀렸다.

 

「무엇인가」의 정체가 어떤 것이라고 해도

 

그런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해서 좋을 리가 없다.

 

절대로.

 

「가시」가 밖으로 내뱉은 말의 냉기가 치카네의 마음과 온기를 몰아세워 얼려간다.

 

이것으로 좋다......이것으로.

 

치카네는 「가시」에 자신을 겹쳐 간다.

 

나는 달.

 

절대 열을 가지지 않은 단순한 불빛.

 

사는 곳은 찬란히 빛나는 얼음 성.

 

그냥 나.

 

「무녀」,코우즈키 치카네.

 

그런데......?

 

그런데 왜............?

 

얼음 성벽 가장자리에 균열이 난다.

 

치카네의 손톱과 팔이 하얗게 변해 간다.

 

어째서?

 

꿀같은 꿈으로부터 깨기 위해?  

 

아니면, 운명의 빙벽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거야?

 

왜, 이렇게 흐트러져 버리는 거야?

 

잘못됐다.

 

잘못되어 있다. 이런 나는......

 

그 순간.

 

"치카네 쨩?"

 

히메코가 걱정하는듯한 목소리로 치카네를 현실 세계의 모래 사장에 되돌린다.

 

"응......?"

 

조용히 답하면서도 치카네는 생각한다.

 

설마 얼굴에 표가 나는걸까?

 

숨기고 있는 「마음」이.

 

안 된다.

 

히메코에게 보이게 해선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만약, 히메코가 눈치채 버리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카네는 전율을 느낀다.

 

「무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지?

 

「적」에게 약점을 보이는 거라서?

 

확실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그 깊은 속에 잠복하고 있는 물건, 「전율」의 정체다.

 

"......나혼자...떠들고 있네"

 

치카네의 생각을 알 리도 없는 히메코가 쑥스러워 머리를 긁는다.

 

생긴모습 이상으로 어려보이는 변변치 않은 행동.

 

이런 때에 치카네의 말은 정해져 있다.

 

무슨 생각을 해? 이상해.

 

그래서, 무슨일이지? 계속 얘기해줘 히메코.

 

히메코의 불안과 당황스러움은 치카네가 「언니」같은 태도나 말로 상냥하게 풀어 준다.

 

그것은 몇번이나 반복해 온 「교제」의 작법.

 

황혼의 식물원에서.

 

헤어질 때 역의 개표구에서.

 

비를 피한 버스 정류장의 대합실에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러나, 그 말을 하기에는 지금의 치카네의 마음은 너무 혼란스러워져 있다.

 

치카네가 그 「구상」을 깨달아 버린 지금, 그 말을 말하려면 씁쓸하게 느껴져서.

 

입으로 말하는게 조금 늦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 정적이 지났다.

 

그리고

 

"꺄!?"

 

갑작스런 물보라에 놀란 히메코가 작게 날아올라 치카네의 팔에 매달린다.

 

치카네도 히메코를 순간적으로 받아 들인다.

 

두 사람의 피부가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히메코의 피부.

 

부드러운 온기.

 

오후의 태양보다 뜨겁고, 치카네의 피부를, 생각을, 사정없이 데운다.

 

「가시」의 빙벽에 균열이 난다.

 

아, 또다.

 

뭐가 얼음 성인가.

 

뺨을 붉게 물들인 히메코가, 전부을 맡기듯이 치카네의 가슴에 몸을 맡겨 온다.

 

치카네는 전신이 마비된 것 같은 기쁨이 뛰어 돌아다닌다.

 

하고 싶다.

 

껴안고 싶다.

 

강하게

 

"!!"

 

그 순간, 수치와 분노가......치카네의 머리를 뛰어돌아다닌다.

 

또다!

 

왜 이 소녀는, 나를 이렇게나, 이렇게까지.

 

저항한듯한 치카네의 팔이 히메코를 뿌리치고 떨쳐 낸다.

 

절대 강하고 거칠게 할 생각이 없었지만, 히메코는 모래 사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치카네 쨩?"

 

치카네을 올려보는 히메코와 치카네의 시선이 마주친다.

 

땅에 엎드린 것을 노려보는듯하는 하늘의 달.

 

처음 만났을 때의 두 사람. 치카네와 히메코, 두「무녀」의 올바른 형태다.

 

히메코가 크게 눈을 뜬다.

 

놀라움과 당황으로 흔들리는 강아지의 눈.

 

치카네의 갑작스런 변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눈동자가 물기를 띤다.

 

한창 피고 있던 「만화경」의 빛이 죽듯이 무너져 간다.

 

그냥 가슴이 아프다. 격렬하게 아프다.

 

그러나 치카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주위 상황과 반대되는 거친 말이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

 

끓어 오르는 자극, 소용돌이 치는 초조함의 만 분의1도 담겨지지 않는 원망의 소리.

 

"......"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얼음 송곳이 되어 히메코의 가슴에 깊이 박힌 것을 안다.

 

"......치카..."

 

"따라 오지마"

 

계속 서 있는 히메코에게 토해 버리는듯한 말의 채찍을 내던지고, 치카네는 발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치카네 쨩......"

 

히메코의 떨리는 소리를 뒤에 남기고서. 

 

 

 

 

 

 

 

 

 

 

 

 

 

 

 

 

  • 나이스시즈루 2012/09/02 02:42답글 | 수정 | 삭제그냥 받아드리면 되는데 ㅠㅜ 엇갈리나요...
  • YRS 리리아나 2012/09/02 12:56답글밀당이 너무 심함...ㅠㅠ
  • 타크 2013/09/06 12:14답글그런데 주변 여건이 너무 OTL해서.ㅠㅠ
  • 천유화 2013/12/07 12:17답글정말 엇갈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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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네는 걸어간다.

 

그 발걸음은 마음의 무게와 반비례 하듯이 빠르게 되간다.

 

이것으로 좋다.

 

이것은 당연하다.

 

치카네가 히메코의 「제일 소중한 사람」 이 될 리가 없다.

 

두 사람은 「무녀」이기 때문에.

 

서로 반드시 죽이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픈 것일까?

 

떠날 때 본 당장 울 듯한 히메코의 얼굴이. 떨리는 소리. 매달리는듯한 시선이.

 

어째서 치카네의 머리속에 지워지고 떨어지지 않은걸까?

 

올바른 것을 입으로 말한 자신을 허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뭘 하고 있어. 난?

 

뭘 한거야?

 

치카네의 마음은 물결을 치고 초조해한다.

 

그것은 「가시」의 냉기를 누르고 격렬하게 부는 뜨겁고도 거친 폭풍우다.

 

그 폭풍우의 이름은.

 

"히메코......"

 

치카네의 입술이 대답을 하듯 쏟아낸다.

 

히노미야 히메코.

 

「히노미야」의 「무녀」에게.

 

볼 수 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껴안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언젠가 오는 「미타마시즈메」.

 

「하텐코」의 운명도.

 

싹튼 구상을 깨닫기 전과 지금은 그 모든게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낮과 밤이 다르듯이.

 

빛으로 가득 차 생명의 소리가 흘러넘치는 향기로운 세계.

 

그러나, 이 완벽한 조화와 고독한 평온함은 남아있진 않았다.

 

그래, 낮에 달은 화려하게 빛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쩌면 좋을까?

 

몇 백, 몇 천, 몇 만번 반복되는 자신에 대한 질문.

 

치카네가 15년간 사이에 겹쳐 쌓아 온 삶의 방식은 어떤 반응도 보여 주지 않는다.

 

치카네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걸어 온 삶의 방식은 알기 쉽고, 단순한 것이었을 것이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가며 걸어 온 싸움의 길.

 

그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것이었다고 해도, 목표로 해야 할 「도달점」은 처음부터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면의 「가시」가,  또 치카네를 속삭인다.

 

【휴...... 뚝 뚝 떨어지는 꿀의 달콤한 향기가 그렇게 잊을 수 없는 거야?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이대로 달콤한 「교제」를 16살 생일의...마감 시간까지 놀이으로 결론 짓고 즐길 생각이야?】

 

아니야.

 

라고 치카네는 생각한다.

 

그렇게 불성실한 일이 생길 리가 없다.

 

그것은, 더럽게 욕하는 것보다도 무언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보다도...

 

몇 배나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그렇게 생각되는 것이다.

 

【왜?】

 

「가시」는 집요하게 반박을 반복한다.

 

【싸구려 같은 편안한 일이군. 희롱이든 사랑이든 나름 같은 일이야. 결국은 제물, 그 손으로 죽여야할 상대일텐데】

 

아니다.

 

그것은 틀렸다.

 

「미타마시즈메」는.

 

「하텐코」는 살인하는 것이 아니다.

 

섬의 「오로치(神)」를 위해 「무녀」가 받드는 성스러운 제사.

 

섬의 미래와 생명을 키우기 위한 소중한 의식.

 

그래서 그 손을 비열한 행위로 더럽혀 지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게 반박 하면서도 치카네는 생각한다.

 

어딘가가 맞지 않는다.

 

도리도 아무것도 없고.

 

비뚤어지고,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어딘가가 이상하다.

 

「놀이」가 아니다.

 

치카네는 물건같은건 모르는 아이이니까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만약,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나눠 떨어진다면.

 

언제 버려도 아깝지않는 시간떼우기의 장남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치카네의 안 속에서 빛과 열을 발하면서 날뛰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시」는 단언한다.

 

【무슨 말을 하는거지. 이제 와서. 「도달점」이 안보여? 바보같은 말은 하지 말아 줘. 언제까지 모르는척 할 생각이야?

 모르면 몇 번이라도 가르쳐 줄게. 몇 번이라도. 좋지? 너는, 너희들은.......】

 

그 때.

 

발 밑에 밀어닥치는 물결의 차가움이 치카네를 다시 현실 세계로 되돌렸다.

 

치카네는 되돌아 본다.

 

보이는 것은 흰 모래 사장과 밀어닥치는 물결과 치카네가 새긴 발자국만 있다.

 

치카네는 크게 숨을 내쉬고, 발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어쨌든 돌아가자.

 

이대로 모래 사장을 계속 걸어가도,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으니까.

 

빨리 히메코의 곁으로 돌아가.

 

그리고......나는......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모르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다.

 

혼자서 돌아가고 있는 히메코를 위로하고.

 

홍차색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고.

 

그리고 근처 가게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또한 「교제」의 「기술」이다.

 

하지만......

 

뭔가 다른......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기분이 이상해도 치카네는 걷기 시작한다.

 

그 때, 그 발끝에 무엇인가가 걸린다.

 

"?"

 

발 밑에 시선을 떨어뜨리면,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어떤 조각이 반짝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치카네는 허리를 숙여, 조각을 줍는다.

 

밝은 녹색을 한 그것은,

 

파도에 의해 둥글게된 유리구슬이다.

 

다가왔다가도 멀어지는 파도에 씻겨져 완성된 조형물이다. 치카네는 태양에 비추어본다.

 

프리즘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그것을 보고 문득 치카네는 생각한다.

 

이게 히메코한테 어울릴까.

 

그렇게 말하면 6월이「교제의 날」히메코는 6월의 신부라든지 약혼 반지같은걸 기하고 있었다.

 

"여자 끼리하는 거야? 그건?"

 

라고 물으면,

 

"그런가.....이, 이상하네"

 

히메코는 또 골똘히 생각하고, 그리고 돌아다니는 흰 생쥐 같이 빨리 답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치만, 난 분명 치카네 쨩이 이런 것을 제대로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해서......왜냐면, 시간이라든지 상대라든지 선택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랑......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렇게 심술쟁이에게 돌려 말해주면, 귀까지 새 빨갛게 되어 부정하지 않았던 그 대답이 왜 그렇게나 기분좋게 귀에 들린걸까?

 

진짜 반지를 사 주는 것은 무리이지만......장식을 하고, 브로치라도 지어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다.

 

아니면, 불필요한 장식을 하지 않는 것이 히메코에게는 적당할까?

 

이 선물을 받으면, 히메코는 어떤 얼굴로 웃는 걸까?

 

만물의 근원인 바다로부터의 선물......?

 

그러나, 그렇게 달콤한 꿈은 계속 되지 않는다.

 

마음에 냉기의 「가시」가 우뚝 솟는다.

 

어린 몽상은 즉시에 얼어붙어 다 부서진다.

 

아......

 

또 이런......솜사탕 같은 옛날 이야기를.

 

치카네는, 수치와 자극에 맡겨 오른손을 바다로 향해 치켜 든다.

 

이런 건, 사라져 없어지면.

 

 순간, 파도 소리를 타고 정말 희미한 목소리가 치카네의 귀에 닿는다.

 

파도 소리에 뒤섞여서 보통 사람의 귀로는 닿을리가 없는 희미한 목소리이지만,

 

치카네가 단련한 청력에는 관계없다.

 

아니, 비록 그것이 백만명 도시의 혼잡한 환경일지라도, 총탄이 난무하는 전장일지라도

 

절대로 잘 못 들을 리 도 없다.

 

그건, 히메코의 목소리......비명이다.

 

그리고 치카네는 달리고 있었다.

 

빠르게. 바람처럼 빠르게.

 

 

 

 

 

 

 

 

 

 

 

천유화 2013/12/07 12:20답글하아아....이건 치카네의 독백이라보면 좋기도 하네요...히메코가 위험하네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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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네는 곧 바로 히메코를 찾아냈다.

 

몇몇의 나쁜 남자들. 아마 현지의 불량배 혹은 술이 들어간 대학생들이 히메코를 둘러싸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리더격의 붉은 얼굴을 한 남자가 스포츠로 단련했다고 자랑하며 큰 손바닥로 히메코의 팔뚝을 잡고 있었다.

 

힘을 주는 남자의 굵은 손.

 

발 밑에 떨어져 있는 너덜너덜한 옷 조각은?

 

히메코가 입고 있던 얇은 셔츠의 조각이다.

 

치카네가 부족한 아르바이트비를 보충해서 마련해 준 자색 셔츠.

 

히메코는 새빨간 얼굴을 숙이고 있었고 소리도 낼 수 없다.

 

선글라스 넘어로 리더격의 남자가 만족한듯 눈을 가늘게 하는 것을 느낀다.

 

살아있는 장난감을 놀리는 쾌감에 취해 있는 눈.

 

천해 보이는 들개의 눈이다.

 

빠른 말로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치카네의 귀에는 의미심장하지 않는 것만 들린다.

 

누가 들개가 짖는 소리에 흥미를 가질 것인가.

 

치카네의 몸이, 바람 같이 뛰어.

 

 

 

다음 순간.

 

선글라스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고.

 

리더격 남자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뜨겁게 탄 모래에 내팽겨 졌다.

 

그 남자의 패거리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손안에 있던 작은 새의 모습이 마법 같이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평범한 사람인 그들에게는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남자보다 덩치가 작은 흑발의 소녀가 순식간에 남자를 쓰러뜨리고 홍차색 머리의 소녀를 도우러 려간 것을.

 

리더격 남자의 선글라스가 모래 사장에 널려 있다

 

그것은 산산조각 부서져 있었다.

 

수십초 후, 현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해변에서.

 

히메코의 손을 잡아 당겨 걷는 치카네의 모습이 있었다.

 

히메코는 놀란 눈으로 치카네를 보고 있었다.

 

히메코의 팔뚝에는 남자에게 잡혀생긴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그것이, 화상인 마냥 고통스럽게 보여서 치카네의 가슴이 다시 아프다.

 

외부인에게 섬의 비밀을 알리게 하면 안되니까.

 

제삼자에게 무의미한 소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그런 「무녀」의 규칙마저 없었다면, 리더격 남자의 오른 팔을 꺾어 깨닫게 해 줄것이다.

 

저런 들개들 때문에 히메코가.

 

아니다.

 

나쁜건, 나다.

 

히메코를 혼자 두게한건 치카네니까.

 

"저기......치카네 쨩"

 

히메코의 울것같은 가냘픈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미안해"

 

답할 수 없다.

 

멈출 수 없다.

 

되돌아 볼 수 없다.

 

지금......멈춰 버리면,

 

분명 슬픔으로 떨고있는 히메코가 치카네의 가슴에 뛰어들어 온다.

 

희고 부드러워서 따뜻해서.

 

달콤한 히메코를,

 

지금, 껴안아 버리면.

 

치카네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치카네는 계속 걸어간다.

 

「도달점」없는  흰 모랫길을.

 

 

 

 

 

 

 

 

 

천유화 2013/12/07 12:20답글그렇지!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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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의 바다는 그대로 끝나 버렸다.

 

돌아가는 길에, 히메코는 기운도, 식욕도 없었다.

 

집까지 긴 귀가 길.

 

히메코는 몇번이나 몇번이나 치카네에게 계속 사과했다.

 

"남자들한테 둘러싸였을 때, 싸움은 많이 서투르고, 좋아하지도 않고......치카네쨩 처럼 능숙하게 싸울 자신도 없었고......

 

게다가, 큰 소란이 되버리면「섬」에도 치카네 쨩한테도, 많이 폐를 끼치게되고,  모처럼의「데이트」가 시시하게 끝나 버리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몸이 움츠려지고, 왜 그런지 알 수 없게 되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고....야무지지 못한 「무녀」구나 난"

 

히메코는 자신을 비웃는다.

 

기쁨의 꽃은 시들고, 해처럼 따뜻하게 웃는 얼굴에는 두꺼운 구름이 걷힌다.

 

위로해 주고 싶다. 하지만

 

손에 숨기고 있는 유리구슬을 치카네는 꽉 쥔다.

 

이걸로 히메코는 웃어 줄까?

 

한 번은 바다에 내던지려고 했던 물건.

 

시시한 감상이라면 「가시」가 비웃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같은 날이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건, 너무......

 

당황과 두려운듯한「가시」의 속삭임이 치카네 안에서 몇번이나 교착한다.

 

그런데도, 헤어질때 히메코가 사는 아파트가 있는 근처역에서,

 

치카네는 히메코에게 「유리구슬」을 건네주었다.

 

"시시하지만, 이거"

 

분수에 맞지 않게 변명을 말하고있는 치카네의 모습에 히메코는 크게 머리를 흔들며 응한다.

 

"그렇지 않아. 기뻐. 정말 기뻐"

 

히메코의 보라색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제에 데려가 선물 받은 아이처럼.

 

유리구슬을 가슴에 데고 꽉 쥔다.

 

남의 시선도 보지않고 히메코는 말한다.

 

"치카네 쨩은 멋져 . 남자보다 정말 근사하고 정말 정말 믿음직해......그래서......"

 

여러번 들었던 서투른 말로 치카네를 칭찬한다.

 

히메코가 바치는 감사와 찬사의 샤워를 받으며 치카네는 생각한다.

 

그렇게 근사한 일 일까.

 

「하텐코」의 순간까지, 누구한테도 상처입히게 놔두지 않는다.

 

자신에게 맹세한 「무녀」의 의무를 다할때 까지.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 같이 보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말은, 히메코의 미소 만큼 치카네의 가슴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너무 좋아"

 

히메코의 한마디가 치카네의 가슴에 꽂혔다.

 

너무 좋아.

 

세상의 곳곳에 넘쳐 나고 있는 일상의 단어.

 

너무 좋아.

 

동급생 상대에게도, 개와 고양이에게도, 자주 사용되는 말이.

 

너무 좋아.

 

견딜 수 없게끔 마음에 영향을 준다.

 

"정말 너무 좋아. 정말 좋아해. 치카네 짱"

 

치카네의 가슴이 크게 울린다.

 

크고. 강하고. 격렬하게.

 

"그럼. 치카네 쨩. 잘자"

 

발을 돌려 떠나는 히메코에게

 

손을 흔드는 치카네의 가슴은 계속, 계속 크게 울리고 있었다.

 


 

 

(((※16편은 삽화때문에 비밀번호 걸었습니다. 비번은 공지에.)))
https://lilybin.tistory.co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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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ngnir 2011/07/01 14:29답글지금 mp3 넣고 있어요!! ㅇㅅㅇ 우왕 굿 ㅋ
    YRS GL 2011/07/01 19:10답글우왘 부왘ㅋ
  • 타락천사 2012/04/22 17:05답글우정도 아니고, 동경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그것은 무엇!??
  • 나이스시즈루 2012/09/02 02:50답글 | 수정 | 삭제그것은 사랑입니다....
  • 천유화 2013/12/07 12:21답글사랑도 아님뭘까요?애정일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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