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치카네쨩은 제대로 갖춘 수영복을 입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나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그래서."
히메코는 그렇게 말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예상에서 벗어난 깨끗함 웃음.
어린 아이의 웃음.
강아지같은 웃음.
치카네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또 커진다.
아니, 이제 「무엇인가」 라고 말하는 애매한 것은 아니다.
치카네의 근처에서 철없는 수다를 지저귀는 소녀.
히노미야 히메코.
머리를 쓸어 올리는 그 행동이.
홍차색 머리카락의 향이.
물결에 닿는 하얀 손끝이.
얇은 셔츠 넘어로 보이는 약간 부푼 가슴이.
바닷가의 햇빛을 받은 하얀 다리가.
히메코의 아무렇지도 않은 행위의 하나하나가 그걸 깨닫기도 전에 몇배의 열과 빛을 가지고, 치카네의 마음에 새겨져 간다.
히메코가 모래 사장에 남긴 작은 발자국이나, 귀여운 발끝을 씻은 물결까지, 눈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어 버릴 정도로
세계는 이렇게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지나가는 시간은 이렇게도 달콤하고, 향기롭다.
그래. 치카네는, 히메코를.
【아니야......】
치카네의 마음에 박히는 질타의 목소리.
마음속에 사는 그림자, 「가시(棘)」의 소리이다.
「가시(棘)」는 15년간, 피와 불 속에서 자란 치카네의 생활 자체가 집중해서 결정화되어 형태를 이룬 것.
작고, 날카롭고, 오싹 할 만큼 차가운 가시.
날카롭게 붙은 벌의 독침처럼 영원한 빙벽에서부터 날카롭게 솟아나온 얼음 바늘처럼
녹을일 없이, 마음 한 구석에 우뚝 솟아, 맥박쳐, 계속 떨린다.
또 한 명의 치카네.
「가시」는 치카네에 계속 속삭인다.
【생각해 . 코우즈키 치카네가 누군지를. 네 목숨은 오로치(神)를 위해서만 태어난 인형. 섬을 다스리는것은, 국가의 법에서도, 사회도덕에서도, 유일신의 가르침도 아니야. 그건 대재앙 신이 정한 제사. 코우즈키 가의 영예니까. 섬의 역사와 미래를 위해서. 단지「오로치(神)」의 은혜에. 치카네 넌 그것을 위한 전사, 선택받은 자】
치카네는 생각한다.
모든 것은 이기기 위한 전략 아니 다르다. 나는 또 이기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가」.
우연히 손에 들어 온 「기록」과도 같은 것.
두 사람의 16번째의 생일, 「운명의 날」.
「하텐코」까지의 시간 낭비.
이런 기분이 되어 버린 것은......
하늘의 벽이 너무 눈부셔서.
파도 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서.
문득 마음이 느슨해지고, 들떠 버렸기 때문일까?
괜찮아......
나는 방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절대로 하지 않는다.
히메코가 적의를 보인다면 다음 순간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치카네는, 치카네 자신을 그렇게 완성시켜 왔던 것이다.
그래서 틀렸다.
틀렸다.
「무엇인가」의 정체가 어떤 것이라고 해도
그런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해서 좋을 리가 없다.
절대로.
「가시」가 밖으로 내뱉은 말의 냉기가 치카네의 마음과 온기를 몰아세워 얼려간다.
이것으로 좋다......이것으로.
치카네는 「가시」에 자신을 겹쳐 간다.
나는 달.
절대 열을 가지지 않은 단순한 불빛.
사는 곳은 찬란히 빛나는 얼음 성.
그냥 나.
「무녀」,코우즈키 치카네.
그런데......?
그런데 왜............?
얼음 성벽 가장자리에 균열이 난다.
치카네의 손톱과 팔이 하얗게 변해 간다.
어째서?
꿀같은 꿈으로부터 깨기 위해?
아니면, 운명의 빙벽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거야?
왜, 이렇게 흐트러져 버리는 거야?
잘못됐다.
잘못되어 있다. 이런 나는......
그 순간.
"치카네 쨩?"
히메코가 걱정하는듯한 목소리로 치카네를 현실 세계의 모래 사장에 되돌린다.
"응......?"
조용히 답하면서도 치카네는 생각한다.
설마 얼굴에 표가 나는걸까?
숨기고 있는 「마음」이.
안 된다.
히메코에게 보이게 해선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만약, 히메코가 눈치채 버리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카네는 전율을 느낀다.
「무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지?
「적」에게 약점을 보이는 거라서?
확실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그 깊은 속에 잠복하고 있는 물건, 「전율」의 정체다.
"......나혼자...떠들고 있네"
치카네의 생각을 알 리도 없는 히메코가 쑥스러워 머리를 긁는다.
생긴모습 이상으로 어려보이는 변변치 않은 행동.
이런 때에 치카네의 말은 정해져 있다.
무슨 생각을 해? 이상해.
그래서, 무슨일이지? 계속 얘기해줘 히메코.
히메코의 불안과 당황스러움은 치카네가 「언니」같은 태도나 말로 상냥하게 풀어 준다.
그것은 몇번이나 반복해 온 「교제」의 작법.
황혼의 식물원에서.
헤어질 때 역의 개표구에서.
비를 피한 버스 정류장의 대합실에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러나, 그 말을 하기에는 지금의 치카네의 마음은 너무 혼란스러워져 있다.
치카네가 그 「구상」을 깨달아 버린 지금, 그 말을 말하려면 씁쓸하게 느껴져서.
입으로 말하는게 조금 늦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 정적이 지났다.
그리고
"꺄!?"
갑작스런 물보라에 놀란 히메코가 작게 날아올라 치카네의 팔에 매달린다.
치카네도 히메코를 순간적으로 받아 들인다.
두 사람의 피부가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히메코의 피부.
부드러운 온기.
오후의 태양보다 뜨겁고, 치카네의 피부를, 생각을, 사정없이 데운다.
「가시」의 빙벽에 균열이 난다.
아, 또다.
뭐가 얼음 성인가.
뺨을 붉게 물들인 히메코가, 전부을 맡기듯이 치카네의 가슴에 몸을 맡겨 온다.
치카네는 전신이 마비된 것 같은 기쁨이 뛰어 돌아다닌다.
하고 싶다.
껴안고 싶다.
강하게
"!!"
그 순간, 수치와 분노가......치카네의 머리를 뛰어돌아다닌다.
또다!
왜 이 소녀는, 나를 이렇게나, 이렇게까지.
저항한듯한 치카네의 팔이 히메코를 뿌리치고 떨쳐 낸다.
절대 강하고 거칠게 할 생각이 없었지만, 히메코는 모래 사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치카네 쨩?"
치카네을 올려보는 히메코와 치카네의 시선이 마주친다.
땅에 엎드린 것을 노려보는듯하는 하늘의 달.
처음 만났을 때의 두 사람. 치카네와 히메코, 두「무녀」의 올바른 형태다.
히메코가 크게 눈을 뜬다.
놀라움과 당황으로 흔들리는 강아지의 눈.
치카네의 갑작스런 변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눈동자가 물기를 띤다.
한창 피고 있던 「만화경」의 빛이 죽듯이 무너져 간다.
그냥 가슴이 아프다. 격렬하게 아프다.
그러나 치카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주위 상황과 반대되는 거친 말이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
끓어 오르는 자극, 소용돌이 치는 초조함의 만 분의1도 담겨지지 않는 원망의 소리.
"......"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얼음 송곳이 되어 히메코의 가슴에 깊이 박힌 것을 안다.
"......치카..."
"따라 오지마"
계속 서 있는 히메코에게 토해 버리는듯한 말의 채찍을 내던지고, 치카네는 발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치카네 쨩......"
히메코의 떨리는 소리를 뒤에 남기고서.
나이스시즈루2012/09/02 02:42답글|수정|삭제그냥 받아드리면 되는데 ㅠㅜ 엇갈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