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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46장~50장》
46 더보기 소리도 없다. 빛도 없다. 형체도 없다. 공허라고 하는 이름조차, 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이 소녀를 둘러싼 세계였다. 돌아가야 할 장소. 가야할 길. 지금 머물어야 할곳. 무엇하나 그곳에는 없다. 그렇지만---. 소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당연하다. 이제, 전부 끝났으니까. 소녀는 해야 할 일을 끝냈다. 투쟁하며. 발버둥질치며. 피를 흘려가며.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소녀에게 자아의 조각조차 더 이상 필요 없다. 큰 성취감을 안고, 무(無)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왜? 소녀는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소녀에게 무언가가 남아 있다면---. 물을 머금은 붓의 브러쉬 처럼. 누구의 눈에도 닿지도, 지문을 남기지 않고. 볼 수 있어도, 돌아보지 않는다. 침묵속에서 거품처럼 사..
2021.04.03
희신의 무녀 《41장~45장》비번 113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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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36장~40장》
36 더보기 "자. 가자" 치카네는 걷기 시작한다. 히메코가 수긍하며 뒤를 쫓아 온다. 언니와 여동생. 선배와 후배. 서로 마음이 맞는 친구. 다른사람들이 보면 그런 식으로 보이는 광경. 연인? 아무도 그런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있지, 히메코" "어, 왜? 치카네 쨩" "오늘은 내가 정해도 괜찮을까?" "?" "항상 히메코가 무엇을 할지 정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오늘은 내가……?" "......"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할지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 진한 식사와 달콤한 멜로 영화. 행복하고 즐거운 둘만의 시간. 지금까지의 「교제」와 별 바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 하지만 그것은, 히메코로부터 약속을 받고 움직이는「교제」의 규칙은 아니다. 이것은 치카네가 히메코를 위한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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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31장~35장》
31 더보기 치카네는 다시 거리를 방황했다. 그 몸에 상처라고 말할 수 없는 상처, 잠옷의 일부가 살짝 찢긴 흔적 뿐이다. 그러나 치카네는 무엇하나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냥 멍하니 생각할 뿐이다. 싸워버렸네....역시나. 오른쪽으로 뛰어 오르고 왼쪽으로 달리고 춤추듯이. 『구사란』 무리를 돌파해온 것이다. 치카네의 마음과 상관없이 몸은 마음대로 움직인다. 『구사란』의 몇몇은 어딘가가 부서져서 쓰러지거나 엎드려있을 것이다. 지금 쯤 그들의 동료가 처리할 것이다. 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증거를 남길 수 없다. 기력이 시들어도, 마음의 흔들림이 부서져도, 신체는 이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니까. 나 역시 『무녀』이다. 싸우고, 싸우고, 그냥 『오로치(神)』를 위해 다할 것이다. 그것보다 ---. 적의 공격을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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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26장~30장》
26 더보기 소리 없이 문을 열고, 치카네가 히메코의 방으로 들어온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어린 아기같이 무방비한 모습으로, 숨소리를 내는 히메코의 모습. 히노미야 히메코. 또 한사람의 「무녀」. 코우즈키 치카네와 서로 죽이는 적. 치카네는 가슴 속에서 한번 더 말한다. 서로 죽이는 적. 바꿀수 없는 절대 불변의 운명. 억만 년 의 시간을 넘어 우뚝 솟아 있는 것같이 하나 확실한 것. 그 영향이, 치카네의 마음을 얼려간다. 치카네는 소리없이 히메코에게로 걷기 시작한다. 기색을 지우고, 살기도 지우고, 치카네의 전부를 지워.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걸로 좋다......라고 치카네는 생각한다. 나는 달이다. 늠름함도 성취감도 무관한 얼어붙은 밤의 사자이기 때문에. 치카네가 히메코의 머리맡에 서있다..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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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21장~25장》
21 더보기 고동이 울린다. 뜨겁고, 강하고, 높게. 아무리 샤워 소리를 강하게 해도 귀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걸로 몇 번째 샤워일까......라고 치카네는 생각한다. 이것은 기회니까. 한 사람이 되어, 침착하게, 불 비친 신체와 마음을 진정시키고......하지만 충분한 냉수와 뜨거운 물을 계속 번갈아 받아도 마음은 계속 웅성거린다. 욕조에서 나고있는 이 냄새...... 목욕을 끝낸 히메코의 머리향 같았다. 샴푸&린스. 바디워시. 모두 흔히 있는 시판품이다. 혹은 증정품일지도 모르다. 그런데---. 어째서? 같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아닌데. 천갈래 흐트러지는 마음 그대로. 고동은 계속 울린다. 혹시 심장 소리를 히메코가 눈치채지 않을까?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아. 정말 ..
2021.04.03
희신의 무녀 《16장~20장》비번 113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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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신의 무녀 《11장~15장》
11 더보기 소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소금과도 같은 흰 모래 사장. 코를 간질여주는 조수의 향기. 편안한 파도 소리. 지금 여기에 있는 건, 혼잡한게 없는 푸른 세계와 자신 뿐. 소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소녀에게 있어서 바다란, 들이나 산이나 숲과 같이 하나의 전장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눈 섞인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서 수련. 혹은, 「구다라」와의 모의전. 좀처럼 휴식할 시간을 잡지 못하고, 머리가 파열 될 것만 같은 힘들었던 일. 참지 못하고 숨긴 괴로운 일. 그런 추억 밖에 없다. 그래도, 사명과 단련으로 얽힌 생활속에서, 그저 가끔 찾아오는 자유시간이 소녀에게 왔었다. 전장이 아닌 바다가 싫진않았다. 왜 일까? 라고 소녀는 생각한다...
2021.04.03
희신의 무녀 《6장~10장》비번 113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1.04.03